‘파워히터’가 힘과 싸운다니…‘홈런 1위’ 노시환, 매 타석 생각하는 ‘한 가지’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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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사직=김동영 기자] “어느 순간 힘이 들어가요.”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속으로는 꽤 고민인 듯하다. 계속 잘하고 싶다. 머리로는 안다. ‘힘 빼고 가볍게 쳐야’ 결과가 좋다. 몸이 달리 반응하니 문제다. 홈런 1위를 달리는 한화 노시환(25)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노시환은 시즌 개막 후 크게 부진했다. 3월 타율이 0.167이다. 개막시리즈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치기는 했으나 이후 ‘급전직하’다. 홈런은 고사하고, 안타 하나 치기도 어려웠다. 덩달아 한화 팀 타선도 침체.

4월 들어 살아났다. 월간 타율 3할 이상 치고 있다. 특히 15~20일 구간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20타수 8안타, 타율 0.400에 5홈런 10타점이다. 시즌 8홈런으로 홈런 공동 1위에 올랐다. 특유의 장타가 터진다. 덕분에 한화도 7연승을 달렸다.
비결이 무엇일까. 일단 노시환은 “개인적으로 바꾼 것은 없다. 그냥 똑같이 한다”며 “초반에 너무 안 좋았는데, 좋아질 때가 된 것도 같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사실 바꾼 것은 있다. ‘마음’이다. “내려놓으니 되더라. 기대를 안고 시즌에 들어왔다. 생각대로 안 됐다. 내려놓고 편하게 임하려 했다. 그러면서 나도 그렇고, 팀 타선 전체가 올라왔다. 좋을 때 많이 이겨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도 있다. ‘힘’이다. 주는 게 아니라, 빼는 것. KBO리그를 대표하는 파워히터인데 ‘힘 빼기’에 집중한다. 있는 힘껏 휘둘러야 할 것 같은데 또 아니다.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노시환은 “어떤 스포츠든 힘을 주면 안 된다. 부드러움에서 강함이 나온다고 하지 않나. 가볍게 돌리려 한다. 경기 직전 야수들이 가볍게 툭툭 치는 훈련을 한다. 그 느낌으로 스윙하려 한다”고 짚었다.
너무 힘을 주면 안 되는 법이다. 기본 파워가 있는 선수다. 정확히 때리면 장타도 나온다. ‘강한 타구를 만드는 것’과 ‘강하게 휘두르는 것’이 마냥 정비례는 또 아니다.

간단하다면 간단한 이치인데, 마음이 또 그렇지 않다. “경기에 들어가면 긴장감이 있다 보니까 또 힘이 들어간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또 힘을 쓰고 있더라”고 돌아봤다.
또한 “매 경기, 매 순간 되뇐다. ‘힘 빼자’고. 타석에 서면 또 힘을 주고 있다. 어느 순간 ‘왜 또 이러지?’ 한다. 진짜 경기마다 수십번씩 생각하는 것 같다. 욕심내면 안 된다. 일관성 있게, 힘 빼고 스윙해야 한다. 지금도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잘했다면 좋을 뻔했다. 대신 무한정 가는 슬럼프는 없다. 4번 타자가 살아났고, 한화도 다시 날아올랐다. 꼴찌에서 2위 싸움을 하는 위치까지 왔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고, 끝낼 생각도 없다.
노시환은 “타자들이 안 좋았다. 우리 투수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정말 고맙다. 지금 타선이 잘 맞고 있지만, 들뜰 때가 아니다. 계속 지금처럼 가볍게 돌리겠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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