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벌 2만2206명’…정몽규 회장님, 진정성 있는 소통 하고 계십니까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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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2만 2206명.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A매치 평가전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2만8105명) 이후 10년 만에 2만 명대 관중이 찾았다.
귀빈석에 앉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은 곳곳에 빈 좌석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티켓 담당 부서의 책임으로 여겼을까. 그랬다면 커다란 오판이다.
축구계 전체적으로 최근 저조한 A매치 관중 수에 복합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KFA 고위층부터 이에 관한 심각성과 위기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파라과이전 역시 귀빈석부터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나흘 전 벌어진 브라질전 0-5 참패를 극복하고 파라과이전 승리(2-0 승)를 해낸 ‘그라운드 상황’에 몰두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이번 2연전은 추석 연휴 기간과 맞물려 관중 유치에 변수가 따랐다. 그러나 이 정도일 줄은 누구도 예상 못 했다. 파라과이전은 경기 날짜가 임박할 때까지 예매표가 2만 장도 팔리지 않았다. 심지어 파라과이전은 최고 스타 플레이어인 손흥민(LAFC)의 A매치 최다 출전 신기록(137경기)을 기념해 ‘리빙 레전드’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을 초대, 별도 행사까지 마련했다. 손흥민 관련 굿즈도 내놓는 등 KFA 마케팅실에서 이전에 시행하지 않은 참신한 콘텐츠를 내놨다. 그럼에도 2만 명대 관중에 머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조 증상은 뚜렷했다. A매치 티켓 파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시절이던 2023년 절정에 달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손흥민 뿐 아니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빅리그 빅클럽에 입단한 유럽파가 다수 등장했다. 여성 팬덤까지 형성하며 태극전사는 ‘아이돌급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초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불거진 아시안컵 내분 사태에 이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논란 등 KFA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냉랭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임시 감독 체제로 A매치를 치른 지난해 6월 이후 ‘한국 축구 성지’로 불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이상이 모인 건 ‘스타군단’ 브라질을 상대한 지난 10일(6만3237명)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매진에 실패했다. 그 외엔 지난해 9월 팔레스타인전(5만9579명), 지난 6월 쿠웨이트전(4만1911명)에 이어 최근 파라과이전까지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다. A매치 티켓 예매는 ‘플레이KFA’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기 인원 등이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A매치 흥행 부진은 당장 KFA 주요 스폰서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축구계에서는 여전히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정 회장부터 더욱더 진정성 있는 사과와 민심을 되돌릴 소통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한 원로 축구인은 “KFA 행정 논란 속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가 아직도 야유받지 않느냐. 그도 피해자인 것 같다. 경기장에서 대표팀 전체가 제대로 응원받지 못하는 분위기인데 팬이 가고 싶겠냐”고 목소리를 냈다. KFA에서 행정을 경험한 또다른 축구인은 “지난 임기 때 정부와 갈등을 겪은 정 회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데 움직임이 적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4선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소통을 강조했다. 듣고, 실천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중요한 건 스스로, 진정성을 품고 하는 것이다. 올 초 선거 기간 ‘소통하겠다’며 내놓은 그의 공식 인스타그램은 상반기까지 활발했지만 하반기 들어 조용하다. 그러다가 15일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쓴 손흥민과 그라운드에서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지난 8월 7일 유소년 대회 방문 게시글을 올린 이후 두 달여 만에 업데이트다.
축구계와 팬은 ‘진짜 소통’을 원한다. 보여주기식은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보이기 위한 SNS도 게을러졌다. A매치 흥행 참패의 메시지를 되새겨야 한다. 정 회장이 직접 대국민 메시지라도 내놔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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