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명품 빠른 공’ 두고 커브만 던졌나…앤더슨의 ‘투구 변화’, 결국 ‘가을 패착’이다 [SS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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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 준PO 3차전 3이닝 3실점 부진
주무기 ‘속구’ 대신 커브 구사 높인 것이 패착
이숭용 감독 “제 투구 못했다”

[스포츠서울 | 대구=박연준 기자] 명품 패스트볼을 두고 커브를 ‘주구장창’ 던졌다. 결과는 참담했다. 정규시즌 내내 리그를 압도했던 SSG 에이스 드류 앤더슨(31)이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무너졌다. 갑작스러운 ‘투구 변화’가 독이 됐다.
앤더슨은 지난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삼성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결과는 3이닝 3안타 2삼진 3실점(2자책)이다. 시즌 내내 보여준 완벽한 투구는 없었다. SSG의 가을 희망이 걸린 경기였다. 그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성적만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진이다. 앤더슨은 올시즌 12승7패 245삼진,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한화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와 ‘리그 3대 에이스’로 불렸다. 삼진 부문 2위, 평균자책점 3위다. 삼성전에서도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08로 강했다.

가을 무대의 앤더슨은 전혀 달랐다. 투구 패턴이 변했다. ‘장염’이 발단이다. 시리즈 전부터 컨디션에 이상이 생겼다. 애초 1차전 선발 예정이었다. 복통과 탈수 증세로 일정이 밀렸다. 장염 여파로 체중이 3㎏ 가까이 빠졌다. 투수에게 체중 변화는 치명적이다. 단 0.1㎏만 줄어도 밸런스가 무너지고, 릴리스 포인트(공을 놓는 위치)가 달라진다.
결국 밸런스가 깨졌다. 당연히 속구 스피드도 떨어졌다. 시즌 평균 구속 시속 152㎞였던 패스트볼은 이날 평균 시속 145㎞ 초반에 머물렀다. 자신 있는 공이 사라지니, 커브로 방향을 틀었다. 그것이 결정적인 패착이다.
올시즌 앤더슨의 속구 구사율은 51.9%다. 이날은 38%에 불과했다. 반대로 커브 구사율은 평소 21.6%에서 4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 타자들이 공을 읽지 못할 리 없었다. 커브 낙폭이 아무리 커도 타이밍이 익숙해지면 의미가 없다. 결국 타자들의 예측 범위 안에서 맞아 나가기 시작했다.

앤더슨의 커브는 ‘12-6 커브’라 불린다. 수직 낙폭이 크고,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은 구종이다. 완급 조절이 사라졌다. 같은 패턴의 커브가 반복되며 삼성 타자들에게 타이밍을 내줬다.
더 큰 문제는 ‘앤더슨다움’을 잃었다는 점이다. 정규시즌 내내 그는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고, 변화구로 승부하는 투수였다. 이날은 반대였다. 커브로 카운트를 잡으려다 제구가 흔들렸고, 타자들이 기다린 속구는 실투로 맞아 나갔다.
결국 3회도 채 버티지 못한 채 강판이다. SSG 벤치도 고개를 숙였다. 에이스 카드가 실패하면서 팀의 리듬 전체가 무너졌다.
이숭용 감독도 “앤더슨이 속구가 안되면서 변화구를 구사했다. 이게 먹히질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패배 요인이었던 셈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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