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네요, 5강 들어오죠’ 후라도 업고 가을야구 못 가면 억울하잖아요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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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불과 며칠 전만 해도 5강은 남의 나라 이야기 같았는데, 삼성에게도 5강 싸움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남다른 이닝 소화력을 자랑하는 아리엘 후라도(29) 덕이 크다.
삼성은 24일 키움전에서 7-4로 승리했다. 지난 싹쓸이 패배를 설욕했을 뿐 아니라, 리그 7위(58승2무59패, 승률 0.496)로 한 단계 올라섰다. 84일 만이자 여름 들어 기록한 첫 스윕승이다.

이날 선발 등판한 후라도는 6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평소보다 제구가 흔들린 탓에 퀄리티스타트(QS)는 놓쳤지만, 시즌 12승(8패)째를 수확했다. 삼성의 약점으로 꼽히는 ‘불펜 난조’에도 제 몫을 묵묵히 해내며 삼성 마운드를 굳게 지켰다.
올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은 후라도는 총 25경기에 나서 12승8패, 평균자책점 2.68의 호성적을 거뒀다. 투수 평균자책점 부문 4위로, 코디 폰세(한화)-드류 앤더슨(SSG)-제임스 네일(KIA)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리그 정상급 투수다.

삼진을 솎아내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지만, 완투(3개)를 비롯해 완봉(2개), QS(19개)에서도 선두를 내달린다. 다승은 폰세(15개)-라이언 와이스(14개)-라일리 톰슨(13개)에 이어 4위다.
무엇보다 후라도의 강점은 이닝 소화력이다. 25일 현재 이 부문에서 폰세를 제치고 1위다. 올시즌 25경기 가운데 7이닝 이상 버틴 것은 총 12차례에 달한다. 불펜이 상대적으로 헐거운 삼성이기에 후라도의 ‘이닝이터’ 면모가 더욱 빛을 발한다.

후라도와 자주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강민호는 “여우같이 영리한 선수”라며 “ABS존의 상하좌우를 다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스트라이크 존) 네모 박스를 본인이 그려놓고 던지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치컴을 누를 때도 맹목적인 몸쪽이 아닌 몸쪽 높게, 바깥쪽 낮게 등 본인이 원해서 누른다”며 “타자의 타이밍도 잘 보고, 앞 타석이 어떻게 승부했는지도 다 기억하는 것 같다.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후라도는 다 기억하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올시즌 필승조의 이탈과 불펜 방화에 골머리를 앓은 삼성으로서는 후라도의 맹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강민호는 “워낙 공을 잘 던지기에 아직 리그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차가 쌓였는데도 후라도 공에 적응하지 못한 타자가 있다는 건 그만큼 좋은 공을 던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을야구 티켓을 두고 중위권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7위 삼성과 3위 SSG와 격차는 단 2경기. 삼성이 연승 흐름을 잘 이어간다면 가을야구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후라도의 어깨가 든든하면서도 무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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