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강릉 단독 개최…“강원FC 둘러싼 정치 파워게임의 결말”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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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2026년 춘천에서는 강원FC 홈 경기를 볼 수 없다.
춘천시는 강원이 12일 마감한 2026년 홈 경기 유치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된 1차 공모에 불참한 춘천시는 2차 접수에도 불응했다. 결국 공모서를 홀로 낸 강릉시가 2026년 K리그1, 코리아컵 홈 경기를 단독 개최한다.
구단은 3년 전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공모한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춘천시는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쪽에 하반기 홈 경기 개최권을 주는 조건에 반발했다. 일련의 갈등 과정을 이유로 강원 김병지 대표이사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강원 이사회는 “김 대표가 춘천시장 면담을 몇차례 요청하였으나 춘천시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실무자 접촉을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하였으나 춘천시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춘천시와 구단의 싸움 같지만, 이번 사건을 잘 아는 다수 관계자는 파국의 원인으로 강원도 내 ‘정치 파워게임’을 지목한다.
강원 구단주는 김진태 강원도지사. 국민의힘 간판 정치인이다. 반면 육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강원은 도민구단으로 도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데 구단주와 연고지 기초자치단체장의 정치 이해관계가 달라 크고 작은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데 견해가 모인다. 공교롭게도 구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공모에도 응한 강릉시장은 국민의힘을 당적으로 두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년 열리는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이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축구단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구단은 정당 소속이 아니다. 정치 이해관계가 아니라 축구에 관한 업무가 우선순위에 있다. 눈치를 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판단 기준은 ‘협조 여부’가 된다.
최근 강원은 하이원리조트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강릉은 하이원아레나로 흔쾌히 명칭을 바꾼 반면 춘천은 거절했다. 두 지역의 스탠스를 엿볼 수 있다. 팀에 명확하게 도움이 되는 일인데 입장 차이가 발생했다.
게다가 강원 구단에 춘천 홈 경기는 왕복 4시간이 소요되는 사실상 원정이다. 훈련, 경기력 등 마이너스 요소가 발생한다. 숙박 비용에 의한 재정 부담도 따른다. 관중 동원에서도 강릉에 뒤진다. 올해 춘천 홈 경기 평균 관중은 5763명으로 9506명에 달한 강릉보다 훨씬 적었다. 강릉은 관중이 줄어드는 7월 휴가철에 3경기를 치렀기에 관중 동원에 불리했다.
구단은 도민구단의 정체성으로 여러 면에서 불편한 춘천 홈 경기를 감수해왔다. 하지만 구단 행보에 반발한 춘천시가 공모에 응하지 않으면서 그간의 갈등이 파국으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크게 희생되는 쪽은 영서 지역 축구 팬이다. 지금도 적지 않은 영서 지역 팬이 강릉을 찾아 구단을 응원하고 있다. 2026년엔 왕복 4시간 거리를 한 시즌 내내 다니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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