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삭제 안하면 법적조치 할 것” KPGA, 언론자유 침해 지적에 반쪽짜리 ‘반론문’…사실 따져보니 곳곳서 ‘허점’[SS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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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스포츠서울이 보도한 ‘직장 내 괴롭힘에 보복징계까지…하루도 조용할 날 없다(7월31일자 1면)’와 ‘가해자 해임은 ‘면피용 쇼?’ KPGA, 재심서도 피해직원 징계 강행…“정해진 사형 집행”(8월8일자 10면)’에 대해 법무법인 고원을 통해 공문으로 기사 삭제를 요청한 후 뒤늦게 반론문을 보내왔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삭제 요청공문을 보낸 직후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반론이나 정정보도 요청 등의 절차를 따르려고 했지만, 협회측이 완강하게 삭제 요청 공문을 보내라고 말해 (권한을) 위임받은대로 이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론이나 정정보도 요청없이 무조건 기사 삭제를 요구하는 건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와 표현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하물며 비영리 사단법인이자 프로 스포츠단체가 행정상 난맥상을 비판한 언론에 “기사를 삭제하지 않은 경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협박하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없는 행태다.
그러나 반론이나 정정은 정당한 권리이므로, 협회가 법무법인을 통해 보내온 반론문을 조목조목 살펴봤다. 주요 주장 상당수가 사실관계와 어긋나거나 소명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사실보도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협회가 보내온 반론과 정정 요청문 중 주요 쟁점을 따져봤다.

협회는 반론문에서 ‘감정적 보복이나 특정 인물 겨냥 징계는 없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조사위원회 보고서와 복수의 피해자 증언에는 해임된 고위 임원 A가 폭언·욕설·강압으로 제출받은 경위서와 시말서가 징계 근거로 활용됐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여기에 KPGA 노동조합이 제시한 징계위원장 발언과 재심 녹취록에서 “제출된 시말서를 기반으로 한다”는 발언이 확인됐다. 협회는 이 핵심 쟁점에 대해 구체적 반박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협회는 정관과 규정에 따라 구성된 공정한 징계위원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위원 명단에는 가해 임원 해임을 수개월 미뤄온 이사회 구성원과 겹치는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이해충돌 회피 규정 적용 여부에 대한 협회의 설명은 없었고, ‘절차 준수’라는 포괄적 표현만 반복했다.
이와 함께 협회는 ‘고위 임원 해임에만 8개월이 걸렸지만, 피해 직원 징계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반론문은 고위 임원 징계 시점에 대해 “절차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된 조사위원회의 최초 보고서는 2024년 12월 20일 작성됐다. 이후 가해자 해임은 2025년 7월 25일에야 이뤄졌다. 약 8개월이 걸렸다. 반면 피해 직원들은 첫 징계위원회 개최(7월8일) 후 이틀 만에 해고 등으로 처분했다. 이 같은 시점 불균형에 대한 소명이 없다.
게다가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가 규정한 ‘지체 없이’ 요건을 어떻게 충족했는지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끝이 아니다. 협회는 반론문에서 “모든 피징계자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했다”고 주장했지만 가해자 징계 과정에서 피해자 의견 청취 절차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증명할 회의록·통지서 등 구체적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KPGA 노조는 확실한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원심과 재심 모두 구성에 변화 없이 동일하게 진행됐다. 모든 피징계자에게 소명 기회가 보장되었다는 것도 허위 주장이다. 노조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경영진에 항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기사 내용 중 ‘현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협회에서 이미 10여 명의 직원이 퇴사했다’는 데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노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김원섭 회장이 취임한 후 현재까지 퇴사자는 총 11명이다. 2024년 8명, 2025년 3명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반론문은 노조의 내부 문서 외부 전달을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행위가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제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나 법적 검토 내용은 전혀 없다.

KPGA의 반론문은 형식상 협회의 입장을 나열했지만, 노조와 피해자들이 제기한 핵심 의혹인 ‘강압 문서의 징계 근거 사용’ ‘징계위 구성의 이해충돌’ ‘징계 시점 불균형’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해명이나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스포츠서울은 KPGA가 주장한 ‘규정 준수’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징계위 회의록, 재심 녹취록, 조사보고서 등의 공개를 재차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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