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필승조’ 거듭난 홍민기, 속구 말고 ‘강점’ 또 있다? 느리고-빠른 ‘슬라이더’, 헛스윙 유도 [SS집중분석]

본문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롯데 필승조로 거듭난 홍민기(24)의 강점은 시속 150㎞의 강속구뿐이 아니다. ‘슬라이더’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구속 차가 시속 10㎞나 난다. 시속 130㎞였던 슬라이더가 때로는 120㎞가 된다. 속도 조절을 통해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든다.
홍민기는 올시즌 롯데의 새로운 필승조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매 경기 준수한 투구를 펼친다. 경기당 삼진이 1.97개에 달한다. 1이닝씩 짧게 던지는 불펜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이로운 수치다. 시속 150㎞대 속구를 앞세워 타자를 압도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슬라이더를 던져 타이밍을 빼앗는다.
슬라이더는 두 가지다. 느린 슬라이더는 시속 125㎞대, 빠른 슬라이더는 시속 138㎞대다. 같은 궤적으로 들어오는 공인데, 속도가 다르니 타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홍민기는 “속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 피치 유형(2개 구종만 던지는 투수)’이라 공이 단조로우면 안 된다. 그래서 슬라이더에 주는 힘을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슬라이더는 커터처럼 날카롭게, 느린 슬라이더는 힘을 빼 각을 크게 만드는 방식이다. 홍민기는 “빠른 슬라이더는 커터처럼 던지려고 그립을 살짝 다르게 잡는다. 느린 슬라이더는 힘을 빼 각도만 살린다. 굉장히 효과적이다”라고 되돌아봤다.

안정적인 제구 역시 잘 던지는 비결 중 하나다. 홍민기는 “코치진이 전력 분석보다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제구가 되니, 구속 차이가 더 위력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마운드에서의 표정 관리도 돋보인다. 홍민기는 포커페이스로 타자와의 심리전까지 주도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포커페이스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원래 성격도 차분한 편이다. 마운드에서 담담하게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과도한 세리머니는 자제한다. 삼진을 잡아도 담담하게 행동하려 한다. 그래야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감독의 신뢰 역시 확고하다. 김 감독은 “정말 잘 던져주고 있다. 위기 상황에도 자주 기용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박수를 보냈다.
승부처마다 홍민기가 등판한다는 것은 그만큼 감독의 믿음이 크다는 뜻. 홍민기도 “감독님께서 주신 기회에 보답하고 싶다. 믿고 써주시는 만큼 앞으로도 좋은 공을 던지겠다”고 힘줘 말했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