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홀에서 트로피 치켜든 ‘섬소녀 듀오’ 임진희-이소미 “LPGA투어 우승 꿈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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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섬 소녀’들이 미국여자골프를 제패했다.
제주 출신인 임진희(27·신한금융그룹)와 전남 완도 출신인 이소미(26)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다우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에서 꿈에 그리던 우승을 따냈다. LPGA투어 진출 2년 만에 첫 우승 기쁨을 나눈 둘은 “꿈을 이뤘다. 우승으로 얻은 자신감을 발판삼아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짜릿한 역전승이다. 임진희와 이소미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 컨트리클럽(파70·6287야드)에서 열린 최종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합작해 최종합계 20언더파 260타를 적었다. 미국의 베테랑 듀오 렉시 톰프슨-메건 강과 공동 선두에 오른 둘은 1차 연장(18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은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다우 챔피언십은 LPGA투어 유일의 2인 1조 경기다. 한국 선수가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 시즌 전체를 둘러봐도 김아림(2월) 김효주(3월) 유해란(5월)에 이어 네 번째 우승이다.
최종라운드는 포볼(각자의 공으로 플레이) 방식으로 치렀고, 연장전은 포섬(두 명이 공 하나로 플레이) 방식으로 진행했다. 최종라운드 17번홀(파4)에서 이소미가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1차 연장에서는 임진희가 2.5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해 정상에 섰다. 섬에서 나고 자란 둘이 아일랜드 홀인 18번홀(144야드)에서 드라마틱한 첫승을 따낸 건 운명처럼 보인다.

임진희는 우승 후 방송 인터뷰에서 “혼자였다면 우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내년에 다시 이 대회에 나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소미 역시 “우리 모두 작년에 힘든 루키 시즌을 보냈는데 이번 우승이 너무 행복하고, 믿기지 않는다”며 웃었다.
LPGA투어에서는 첫 승이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는 임진희가 6승, 이소미가 5승을 각각 따낸 베테랑. 둘 다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LPGA투어에 입성했고, 후원사의 파산과 계약해지 등의 아픔을 겪고도 당당히 세계 무대에 던진 도전장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임진희는 지난해 LPGA투어 신인왕 랭킹 2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입증했고, 이소미는 최근 열린 마이어 클래식에서 3위에 올라 우승 기대감을 높였다. 꿈에 그리던 우승을 따낸 이들은 11일부터 개막하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를 정조준한다. 이소미와 임진희 모두 “이번 우승은 잊고,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대회를 치를 생각”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편 임진희의 우승 소식에 신한금융그룹 진옥동 회장도 함박 웃음을 지었다. 남자 선수만 후원하던 신한금융은 스마트폰도 없이 생활하며 훈련에 매진하던 임진희애 매료돼 기조를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시즌 개막 직후인 4월 ‘여자골프선수 1호 후원계약’을 체결했는데, 우승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도전 정신과 자기 관리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임진희 선수의 진정성에 주목했다. 후원 이후 첫 우승은 신한금융의 상생 철학과 노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수가 만나 이룬 값진 성과”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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