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는 밑바닥이어도…‘얼얼’ 고춧가루 부대에 떠오른 ‘어격수’ 어준서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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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어두컴컴한 터널 안에도 빛은 있기 마련이다. 올시즌은 싱겁게 막을 내리지만, 키움의 미래가 마냥 어둡지는 않다. 끝없는 악재 속에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은 어준서(19) 얘기다.
어느덧 9월 끝자락에 다가섰지만, 순위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가을야구 진출행 티켓을 따낸 1·2위 LG와 한화를 제외한 팀들의 ‘티격태격’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최근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시즌 내도록 최하위권에 맴돈 키움이 순위 경쟁인 팀에 이른바 고춧가루를 뿌리며 캐스팅보트를 쥔 팀으로 올라섰다.

올시즌 LG와 마지막 3차전에서 위닝시리즈 거뒀고, 한화 토종 에이스 문동주에게는 3.1이닝 8실점 굴욕을 안겼다. 게다가 19일 KT와 승차 없는 공동 5위로 올라섰던 롯데는 키움발 얼얼한 고춧가루 폭격에 하루 만에 6위로 내려앉았다. 올해 성적이 워낙 안 좋은 탓에 세부 지표 역시 최하위권이지만, 후반기 들어 팀 타격과 평균자책점이 소폭 오른 점은 고무적이다.
시즌 성적과 별개로 ‘이기는 야구’를 펼치겠다는 키움의 올시즌 ‘라스트 댄스’가 눈에 띈다. 키움은 20일 롯데를 15-5로 크게 눌렀다. 특히 이날 선발 전원이 안타를 기록한 데 이어 총 21개의 안타로 롯데를 매섭게 몰아붙였는데, 롯데 외국인 에이스 알렉 감보아를 상대로 4회에만 7점을 뽑았다.

특히 어준서는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2회초 첫 타석에서부터 안타를 때려냈는데, 4회초 1사 1, 2루에서는 좌전 2루타로 추가 득점의 기회를 마련했다. 결과는 ‘빅이닝’. 이어진 5회초에서도 우익수 방면으로 흐르는 2루타를 쳤고, 막판까지 볼넷을 골라 나가는 등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올해 3라운드 전체 21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어준서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7월에는 타율이 1점대까지 떨어지며 살짝 고전했지만, 최근 10경기로 좁히면 타율 0.278로 준수한 타격감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9일 LG전에서는 앤더스 톨허스트와 승부에서 2안타를 쳤고, 6회에는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기록했다.

올시즌 성적은 111경기, 타율 0.236, 4홈런 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14. 데뷔 첫해부터 안정적인 수비를 통해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내야 수비 범위 역시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어격수(어준서+유격수)’로 떠올랐다. 순위표는 바닥이지만, 내야에는 새 희망이 움트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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