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버리지 마~” 불 꺼지면 시작되는 이들의 ‘일’…누군가를 울린(?) 또 다른 프로의 모습 [SS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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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가을, 그만큼 많았던 쓰레기 ‘양’
“누군가는 치워야죠”
묵묵히 제 일 하는 미화원들
‘팬 의식’이 아름다움을 완성해야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힘들지만 보람차죠.”
야구장의 불이 꺼지고, 함성이 사라진 늦은 밤. 그제야 누군가의 일이 시작된다. 팬이 떠난 자리를 묵묵히 채우는 사람들. 바로 야구장 환경미화원들이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빗자루를 놓지 않는다. 쓰레기를 줍고, 의자를 닦고, 빈 페트병을 모은다. 가을야구의 마지막은 이들의 손끝에서 끝났다.
2025년 KBO 포스트시즌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와일드카드 1차전부터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16경기 연속 매진. 누적 관중은 약 33만명에 달했다. 붉은색·노란색·주황색·파란색·민트색의 응원 도구가 물결쳤고, 그만큼 쓰레기도 쏟아졌다.

가을야구의 또 다른 풍경은 경기 종료 뒤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구장에서는 오전조 10명, 저녁조 20명 규모의 미화 인력이 투입된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야구장 하루 평균 쓰레기 발생량은 약 100루베(㎥). 트럭 두 대 분량이다. 무게로 환산하면 20톤에 달한다. 쓰레기의 절반 이상이 플라스틱, 나머지는 종이와 음식물이었다. 수많은 관중의 열기가 지나간 자리에서, 이들은 새벽까지 그 잔열을 정리한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만난 한 미화원은 두꺼운 패딩을 껴입고 있었다. 입김이 허공에 하얗게 흩날렸다. 그는 빗자루를 잠시 멈추고 웃었다. “솔직히 힘들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쓰레기 좀 안 버렸으면 좋겠어~’ 하면서도 결국 또 치운다. 그게 우리 일이니까”라고 했다.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또 다른 미화원은 “분리수거가 안 된 게 제일 힘들다. 음식물, 병, 캔이 다 뒤섞여 있다. 손으로 다시 다 분리한다. 냄새도 심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우리도 부모고,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한다. 그냥 하는 거다”라고 했다.

그들의 말엔 체념(?)보다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한 일이 남의 즐거움을 만든다는 뿌듯함.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들은 ‘야구의 마지막 선수’로 그라운드 밖에서 뛰고 있었다.
야구의 인기는 해마다 뜨거워진다. 올해 KBO는 사상 첫 12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그러나 ‘팬 의식’은 아직 숙제로 남는다. 일부 관중의 무단 투기, 분리수거 미이행 등은 여전히 반복된다.
선수들이 만들어낸 감동 뒤엔, 묵묵히 야구장을 정리하는 이름 없는 손길이 있다. 그들의 땀이 식지 않기에, 우리는 다음날 또 깨끗한 야구장을 만난다. 아름다운 팬 의식이 더 해지면, 야구장이 더욱 빛난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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