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로 시작해 공익으로 완성”…韓 경륜 31년, 다시 달린다
본문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비 내리던 첫 날, 단 300명의 관중으로 시작한 작은 레이스. 31년이 지난 지금, 그 트랙은 ‘공익’이라는 거대한 원을 그리며 사회를 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경륜 얘기다. 경륜은 1988년 서울올림픽 유산에서 이제는 공익의 상징이 됐다.
한국 경륜의 출발선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다. 당시 잠실올림픽공원에 세워진 세계 수준의 벨로드롬은 대회 이우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 유지·관리의 어려움도 따랐다. 이에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은 시설 유지 방안을 연구한 끝에 ‘경륜이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답이 서자, 경륜 사업 추진은 급물살을 탔다. 1991년 ‘경륜·경정법’ 제정으로 법적 기반이 마련됐고, 1993년 7월 시행 허가를 받아 1994년 10월 15일 잠실 벨로드롬에서 ‘한국 경륜’의 역사가 시작됐다.

비로 젖은 트랙, 세 번의 우천 연기 끝에 가까스로 열린 첫 경주의 관중은 300명, 매출은 1200만원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출발은 한국 레저 스포츠의 새 지평을 여는 신호탄이었다.
점점 성장세를 탔다. 200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02년에는 2조3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05년 ‘바다 이야기’ 사태 여파로 매출이 절반 가까이 급감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2006년 새 전환점을 맞았다. 경륜이 잠실을 떠나 6년의 준비 끝에 완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경륜장 광명스피돔으로 둥지를 옮겼다. 실내 환경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고, 2011년 매출 2조원 회복에 성공했다.

다시 상향 곡선을 타는 듯 했다. 그러나 불법 도박 확산과 경기 침체, 그리고 2020년 전 세계를 공포로 물들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시 한번 거대한 시련을 맞았다. 경륜 역사상 처음으로 ‘무관중·경주 중단’ 사태가 발생했고, 사업은 ‘차입 경영’이라는 초유의 국면에 들어섰다.
경륜은 멈추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온라인 발매 시스템 ‘스피드온’을 도입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이 시스템은 디지털 시대 경륜의 새 엔진이 됐다. ‘스피드온’은 코로나19 이후 매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새로운 세대와 경륜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있다.

31년간 경륜이 달려온 길의 의미는 단순한 ‘스포츠 사업’ 그 이상이다. 경륜을 통해 조성된 공공기여금만 8조7000억원, 그 중 1조7000억원 이상이 체육·청소년·문화예술로 환원됐다. 또한 레저세·교육세·농어촌특별세 등 7조 원 규모의 세금 납부로 국민경제에 기여했다.
특히 국민체육진흥기금은 국가대표 육성, 생활체육 확대 등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의 버팀목이 됐다. 말그대로 ‘질주로 시작해, 나눔으로 돌아가는 선순환’의 완성이다.
올해 31주년을 맞은 경륜경정총괄본부는 새로운 사회공헌 브랜드 ‘On-Re; By CYCLE(온리 바이 사이클)’을 선포했다. ‘On-Re’는 온기(溫氣)를 다시 순환시킨다는 뜻이며, ‘By CYCLE’은 경륜과 경정이 두 바퀴처럼 사회의 선순환을 이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장애아동 후원 라이딩 캠페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자전거 보급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달리고, 나누고, 다시 달리는’ 온정의 바퀴가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 경륜의 31년은 단순한 산업의 성장사가 아니다. 서울올림픽의 유산에서 출발해, 지금은 사회공헌과 공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경륜의 질주는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