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 K리그’와 마주한 신태용, 무너진 3선 복구가 우선…강등권 가까워진 울산 냉엄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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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모든 분이 특급 소방수라는 표현을 하시지만….”
스스로 ‘난 놈’이라고 칭하는 울산HD 신태용 감독은 지난 24일 FC서울 원정에서 패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수 은퇴 이후 성남 일화(현 성남FC)의 감독 대행직으로 지도자 세계에 뛰어든 그는 실제 소방수 역할을 많이 했다. 각급 연령별 대표는 물론 2018 러시아 월드컵 때도 본선 9개월여를 남겨두고 위기에 몰린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아시아 최종 예선 통과와 더불어 본선 최종전에서 독일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비교적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다만 이번 소방수 미션은 난도가 높다. 기본적으로 K리그 사령탑을 맡은 건 2012년 성남을 떠난 이후 15년 만이다. 그사이 K리그는 모든 면에서 상전벽해다.
시작은 좋았다. 울산 사령탑 데뷔전이던 지난 9일 제주SK와 홈경기에서 1-0 승리, 팀의 무승 고리를 12경기 만에 끊어냈다. 다만 이후 수원FC전(2-4 패), 서울전(2-3 패)을 내리 졌다. 리그 8위(승점 34)에 놓여 있는데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10위인 제주(승점 31)와 승점 차는 3에 불과하다. 한두 경기 결과에 따라 강등권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새로운 수장이 들어와 팀을 재건하는 데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울산이 감독대행 카드를 접고 신 감독 선임으로 돌아선 건 ‘빠른 재건’을 원해서다. 그런 점에서 신 감독도 고충이 크다. 그는 “(이전까지 맡은) 대표팀은 마음에 안 들면 선수를 바꿔서 내 축구할 수 있다. 지금은 (클럽에) 중간에 오니 선수 등록이 끝나 있다. 재료(선수)를 만들 상황이 아니다. ‘진짜 힘들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다”고 고백했다.

신 감독은 초반부터 ‘역발 윙백’ 등 공격 지향적인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다만 기용한 자원이 뜻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울산은 시즌 내내 반복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2선과 최후방 수비 사이인 3선 공간을 상대에 자주 내준다. 신 감독은 지난 서울전에서 김민혁을 3선에 배치했지만 효력은 적었다. 울산은 코치진이 3선에 미드필더를 전술적으로 묶으려고 해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현상을 지속하고 있다.
상대가 물러나 있을 때 3선까지 치고 나와 침투 패스에 능한 센터백이자 ‘캡틴’ 김영권이 전진했을 때도 뒷공간 커버도 이전만 못하다. 수비 지역에 리스크를 두고서라도 신 감독이 지향하는 측면 빌드업 등을 통해 문전에서 결과물을 내면 좋지만 여의찮다. 크로스 성공률만 해도 지난 연패 기간 동안 각각 25.8%, 11.5%에 머물렀다.
현재로서는 수비 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3선 지역에 대한 정리가 선결 조건. 신 감독은 어떠한 지혜를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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