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압력·허위주장 흔들리지 않겠다” KPGA 김원섭 회장 입장문 조목조목 따져보니 [SS팩트체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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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협회는 그동안 노조의 근거 없는 주장과 언론의 왜곡된 보도에 사실을 바로잡아 협회의 원칙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며, 이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김원섭 회장은 최근 협회 홈페이지 회원 전용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최근 불거진 전직 임원의 직장내 가혹행위 사건과 직원 해고 등 일련의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김 회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져봤다.

김 회장은 “징계위원회는 충분한 사실 조사와 소명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징계 당사자 중 일부는 징계위원회에 출석 요구를 받지도 않았고, 소명 기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사 단체 협약 제28조 ‘소명기회를 반드시 보장해야 하며, 위배된 징계는 무효’라고 명시돼 있지만, 징계위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게재한 입장문에는 각 직원에 대한 징계 사유를 명시했다. A직원은 ‘해외투어 참가자 관리 과정에서 책임을 전가해 추천권을 소멸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포츠서울이 확인한 결과 해당 선수와 에이전트가 대회 불참 사실을 협회에 통보하지 않았고, 콘페리투어 한국지사 역시 관련 사실을 협회에 알린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직원이 해당 사실을 확인할 방법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사실여부를 따져봐야 할 사안을 징계사유로 제시한 셈이다.
B직원은 ‘생일자 쿠폰 지급 지연’ ‘세금 미납’ ‘임대료 미납’ 등이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이 또한 담당자가 아닌 경영진의 반복 반려와 회계팀 연쇄 퇴사, 외주 계약 해지로 인한 업무 공백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협회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외부 회계 업체와의 계약을 중단했고, B직원은 국세청이 통보하기 전까지 회계업체와 계약 중단 사실을 몰랐다. 더구나 같은 문제로 전·후임자가 동일한 상황을 겪었음에도 이들은 문책하지 않았다.

C직원은 우승자 부상 시상부문에 골프장 제공 시상을 누락했고, 챔피언스투어 타이틀 스폰서의 방송 고지 광고를 시즌 내 빠뜨려 해당 스폰서의 항의와 계약해지에 이르게 해 징계됐다.
재미있는 점은 골프장 제공 시상을 빼라고 지시한 게 김 회장이다. C는 동료직원과 두 차례 대면보고해 누락 여부를 승인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회장은 “보고 받은 적 없다”고 발뺌했다는 게 C와 KPGA노조의 주장이다.
방송 고지 광고가 빠진 챔피언스투어 메인 후원사는 최근 스포츠서울이 보도한 ‘회원자격을 받은 모 제약회사 회장’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C가 아닌 실무자가 해당 팀에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제약회사 회장이 해당 직원에게 협박하는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징계 재심위에 제출하려 했지만 반려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해당 제약회사가 올해 챔피언스투어 후원을 중단한 건 지난해 결정된 사안인데도 협회는 올해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D직원은 병가 복귀 선수에게 규정을 잘못 알려준 게 이유였다. D 역시 과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해당 사안은 2023년 1월에 일어난 일로, 협회 내규상 징계 시효(2년)가 지났다는 게 문제다. 내부 기안 문서를 통해 고의로 보고를 누락한 게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문서에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해임된 직원이 결재한 사실도 드러나 있다. 결재문서로 남아있는 사안을 ‘은폐 시도’로 내몰아 징계하는 건 부당하다는 게 D직원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또 ‘내부 문서 유출’을 규정 위반으로 적시했다. 2021년 KPGA는 추행 피해 직원을 징계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모두 “노조에 제공된 자료는 공익 목적의 제보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전례가 있다. 이번 역시 피해 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피해사실을 외부에 알린 것이라 자신들의 권리와 공익을 지키기 위한 절차로 해석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김 회장이 법무법인을 통해 스포츠서울에 일방적인 기사삭제를 요청 공문을 보낸 뒤 절차상 오류를 지적하자 재차 반론과 정정보도 요청 공문을 보냈고, 이후 협회 내 회원 게시판에 해당 글을 올린 것이다. 김 회장과 협회 집행부는 스포츠서울에 기사 삭제나 반론·정정보도 요청을 직접 하지 않았다. 법무법인 역시 공문을 이메일로 보냈을 뿐, 추가 고지는 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회원 게시판에 입장문을 내 거는 것으로 진실게임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태로 신뢰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 내부 단속용 주장을 게시판에 게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실제로 김 회장은 올해 3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2025년 사업 예산 승인(2호) 의결 때 찬성 89대 반대 88로 겨우 통과(2024년 사업 결산은 대의원 동의 하에 표결없이 진행)해 진땀을 흘린 적 있다. 회장선거 때 공약 대부분을 이행하지 않은 채 잦은 해외출장(년 10회 가량)과 구설수로 회원들로부터 신뢰가 무너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장의 독단과 전횡뿐만 아니라 이를 눈감아주는 협회 고위 임원들의 보신주의가 57년간 명맥을 유지한 KPGA 위상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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