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팬 위해 야구라도 하지…‘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대전시장 [SS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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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가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채 5개월도 되지 않았다. 시설에 이상이 생겼다. 행잉 간판 한쪽이 떨어졌다. 아래에 사람이 있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야심 차게 오픈한 인피니티 풀도 물이 샌다.
3월29일이 떠오른다. 창원NC파크에서 외부 구조물 ‘루버’가 추락해 팬 3명을 덮쳤다. 한 명은 유명을 달리했다. 야구판이 발칵 뒤집혔다.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은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
이후 관리 책임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연고지 이전 얘기까지 나온다.

대전도 뭔가 비슷하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야구만 할 거냐. 운영권을 가져갔으면, 관리 책임도 가지는 게 맞다”는 논조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를 했으면, 임대한 쪽이 관리하는 게 상식이라 했다.
뭔가 이상하다. 한화 구단은 ‘세입자’다. ‘집주인’이 대전시다. 집이나 건물 이상이 발생할 경우 수리하고, 정비하는 것은 집주인의 일이다. 이걸 안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선보였다. 놀랍다면 놀라운 일이다.

근본적으로 따질 부분이 있다. 한화는 ‘공짜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건립 때 486억원을 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운영권을 받았다. 그렇다고 한화가 구장 ‘주인’이 된 것이 아니다.
심지어 다 지어진 구장에 들어갔다. 최신식 구장에서 새 시즌을 시작했고, 당당히 1위를 달린다. 관객 점유율이 99%가 넘는다.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얘기다.
이장우 시장은 지난 11일 퓨처스 올스타전 시구도 했다. 이달에는 류현진을 대전시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회의 때 한화 모자를 쓰고 참석하기도 했다.

간판 추락, 수영장 누수 등은 다 ‘하자’다. 일단 이쪽을 보수하고,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다. 아직 제대로 정리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이제 당신들이 책임져라”고 한다. 계약서가 버젓이 있는데도 이런 말을 했다. 작심을 한 듯하다. 과거부터 그랬다. 정치인들은 스포츠를 ‘아래’로 봤다. 이장우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른 일도 있다. 대전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있다. 지난 24일 열악한 임금체계 등을 이유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실질적인 운영을 책임진 대전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한다.
이장우 시장은 “위탁운영하는 충남대병원이 노조와 논의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권역 병원이라면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도 했다. 노조 쪽에 당적이 다른 국회의원이 함께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장도 강경하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관련 발언과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관련 발언이 같은 날 나왔다. 살짝 결이 비슷해 보인다. ‘골치 아픈 일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읽힌다. 너무 과한 해석일까.
한화는 열심히 경기를 치르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면 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대전시는 팬들과 시민들이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잘 챙기고, 관리해야 한다. 양쪽의 업무 영역이 다르다. 자기가 할 일을 남에게 미루면 안 되는 법이다. 어릴 때부터 배우는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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