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컴퍼니 대표와 겸상이라니!” 소리 듣던 히어로즈 이장석 구단주, ‘지금이 최고가’ [장강훈의 액션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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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사실, 칼럼을 쓰는 노력도 아깝다. 백날 떠들어봐야, 계도 희망도 제재할 방법도 없어서다. 이러나저러나 티켓을 끊고, 굿즈를 구매하고, 목청껏 응원하는 팬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잊을 만하면 질서를 훼손하는 키움 히어로즈 이장석 구단주 얘기다.
이 구단주는 2008년 투명하지 않은 과정으로 KBO리그 구단주가 됐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그릇된 판단에 다른 7개구단주(당시 8개구단 체제)가 모두 반발했다. 구단주 총회가 사실상 와해했고, 각 구단이 구단 대표이사에게 구단주 대행을 맡긴 것도 이장석 구단주의 등장 이후 본격화했다.

익명을 요구한 KBO 전 고위 관계자는 “일부 구단주측 인사들이 ‘실체도 모르는 자본금 5000만원짜리 페이퍼 컴퍼니 대표와 겸상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강하게 성토한 기억이 선명하다”고 귀띔했다. 이장석 구단주의 등장은 NC소프트가 아홉번째 구단으로 KBO리그 일원이 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KBO리그에 이른바 ‘재벌 독식 구조’를 깨뜨린 게 ‘이장석의 히어로즈’라는 얘기다.
‘이장석의 히어로즈’는 창단 초기 리그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네이밍 스폰서 제도를 도입해 ‘프로야구단도 자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나 담배회사와 계약을 맺어 한차례 논란이 됐는데, 이마저도 긴 동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사실상 독점 기업이 장기집권한 국내 담배 시장에서 신생 기업이 오래 버틸 수 없었던 게 영향을 끼쳤다.

이후 한동안 메인 후원사 없이 ‘히어로즈’로 구단을 끌어갔다. 원정숙소대금, 유니폼 세탁비 등을 지급하지 못할 만큼 자금난에 허덕였고, 스타급 선수를 뒷돈을 받고 트레이드하다가 KBO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넥센타이어, 키움증권 등 이름을 알리고 싶은 업계 후발주자와 손잡고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히어로즈 창단 때부터 주장한 ‘야구라는 콘텐츠만으로 자생가능한 시스템’을 어느 정도 입증한 것처럼 보인다. 일본계 대부업체를 메인 후원사로 끌어들이려고 한 점이나, 발행하지도 않은 주식을 담보로 재미 사업가에게 거액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것, 투옥됐을 때 대신 구단 경영권을 맡긴 일부 인사들이 패를 갈라 구단을 난도질하는 등의 과(過)는 야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므로 금세 팬들의 뇌리에서 잊혔다.
어쨌든 야구팬은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점도 17년째 구단주 지위를 유지하는 배경이 됐다.

‘선수 팔아 연명하는 구단’이라는 오명은 ‘구단주의 과도한 개입’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팀을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끈 염경엽(현 LG 감독) 손혁(현 한화 단장) 장정석(전 KIA 단장) 등은 “그렇게 잘 알면, 직접 유니폼 입고 감독하라”는 명언(?)을 남기고 경질됐다.
올해는 역대 최악의 전력으로 시즌을 시작한 홍원기 감독도 모자라 창단 때부터 스카우트로, 단장으로 수족처럼 움직인 고형욱 단장까지 싹둑 잘랐다. 야구인에 대한 존중도, 팬에 대한 예의도 없는 전형적인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방식의 전횡을 휘두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티켓값도 다른 구장보다 높게 책정하더니 2군 선수들로 1군과 경기하는 영광을 누리는 게 현장의 책임은 아니다. 쓸만하면 내다 팔고, 재건할 만하면 고생한 지도자를 경질하는 구단은 ‘팀 충성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수들이야 떠나면 그뿐이지만, 남은 프런트나 이꼴저꼴 다 지켜봐야 하는 팬은 무슨 죄일까. 능력이 부족하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수요가 몰릴 때가 최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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