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선수위원 도전’ 원윤종의 쿨러닝 신화 끝나지 않았다…“동계 종목 선수에게 새 비전 주고파”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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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진심을 담으면 또 한 번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내년 2월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한국 봅슬레이의 ‘리빙 레전드’ 원윤종(40)은 새 미래를 그리며 말했다.
원윤종은 최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올림픽회관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선수 위원은 선수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선수를 찾아가서 얘기 듣고 행정에 반영할 준비가 돼 있다. 선거 운동 기간 모든 선수를 만나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IOC는 지난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 진행하는 선수 위원 선거에서 경쟁할 최종 후보 11명을 발표, 원윤종을 포함했다.
원윤종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의 파일럿으로 은메달을 이끌었다. 아시아인 최초로 봅슬레이 메달리스트가 됐다.
대학 시절 평범한 체육 교사를 꿈꾼 그는 학교 후배이자 전 국가대표인 김동현의 제안으로 봅슬레이 대표 선발전에 나서면서 운명적으로 동계 스포츠와 연을 맺었다. 그가 썰매 불모지로 불린 한국에서 도전자로 나선 데엔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 자메이카의 육상 선수가 1988년 캘거리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쿨러닝’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도 있다. 마침내 한국판 쿨러닝의 기적을 일으킨 그는 어느덧 IOC 선수 위원 후보로 거듭났다. 차세대 체육 행정가로 제2 전성기를 그린다.

원윤종은 “늘 좋은 영향을 받는 게 중요하다. 평창 당시 선수로 활동할 땐 경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외적으로 단 하나 보인 게 당시 선수 위원으로 활동한 유승민 체육회장”이라며 “IOC 관계자 등과 소통하며 굉장히 열심히 일하시는 걸 보면서 ‘아 이런 길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선수 위원이 되려면 동계올림픽 기간 진행하는 선수 투표에서 상위 2인에 들어야 한다. 앞서 선수 위원을 경험한 유승민 체육회장은 사전 스킨십 등 적극적인 지원을 언급했다. 원윤종은 지난 2월 루지월드컵을 시작으로 봅슬레이스켈레톤 세계선수권, 여자세계컬링선수권, 남자 아이스하키세계선수권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요 대회 현장을 다니며 선수와 만났다. 그는 “몇몇 선수는 ‘왜 대화해야 하나’라는 반응으로 눈길도 안 주더라”고 웃더니 “나도 선수 생활을 했지만 중요한 대회에 집중하고 있는데 누군가를 만나서 갑자기 대화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선수의 패턴, 훈련 일정 등을 고려하고 배려하며 다가가야 마음을 얻는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사전 스킨십이 중요한 건 동계올림픽 특성 때문이다. 하계올림픽과 비교해서 종목별 경기장이 멀리 떨어져 있고, 추운 날씨로 선수의 외부 활동이 적다. 원윤종은 “선거 운동 기간 떨어진 경기장을 고려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산악 지형도 많고 이동하는 데 어려움은 있지만 오히려 내게 기회가 되리라고 본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다닌다면 선수들이 진정성을 더 느끼지 않을까”라고 했다.

원윤종은 IOC의 개혁안인 ‘올림픽 어젠다 2020 +5’를 통해 선수 위원 활동 계획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가장 중시하는 건 선수의 ‘경력 전환’이다. 그는 “선수는 은퇴한 뒤 모두 지도자가 될 수 없고, 이 분야에서 일할 수 없다. 경력 전환은 오래전부터 관심을 둔 분야”라며 “동계 종목 선수는 기후 변화로 더 위기에 처해 있다. 선수와 긴밀한 소통으로 은퇴 후 미래 비전을 끌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처음 봅슬레이 시작할 때 본 영화 ‘쿨러닝’은 여전히 내게 큰 의미다. 열악한 환경에도 선수들이 올림픽이란 꿈을 놓지 않고 전진하는 게 멋졌다. 초심을 잃지 않고 어려운 환경의 선수를 돕는 선수 위원이 되고 싶다. 더 나아가 유능한 행정가가 꿈이다. 지켜봐 달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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