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도전 나서는 오효주 아나운서 “배구장은 집 같은 곳, 김연경 선수 마지막 순간 안에 있어 감사했다”[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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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사실 1년 안에 잘릴 줄 알았어요.”
V리그 ‘대표 방송인’ 오효주(33) 아나운서는 최근 KBSN스포츠에서 퇴사해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2014년 입사 후 만 11년 만의 일이다. 프로야구, 프로배구 등 주요 현장을 다니며 종횡무진 활약했던 그 앞에 찾아온 첫 변화다.
프로스포츠 분야에서 여성 방송인으로 장기간 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1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오 아나운서의 존재가 특별한 이유다. 그는 선수와 대중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해내며 호평받았다. 여성으로 보기 드문 캐스터까지 꾸준하게 소화하며 전문성까지 인정받았다. 직접 책까지 쓸 정도로 팔방미인이었다.
퇴사 후 만난 오 아나운서는 “어느덧 12년 차가 됐다.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 사실 1년 만에 잘릴 줄 알았다”라며 웃은 뒤 “나름 주제 파악을 잘한 것 같다. 부족함이 있지만 파고드는 기질로 밀고 나가자는 생각 덕분에 살아남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구파의 길로 갔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 야구는 그냥 집에서 보는 정도였고, 배구는 아예 몰랐다. 그래서 더 열심히 배워야 했다”라고 롱런의 비결을 설명했다.

야구도 그렇지만 오 아나운서에게는 배구가 가장 마음이 가는 ‘최애’ 종목이었다. 그는 “어느 팀에 가든 집 같았다. 너무 따뜻했다. 관계자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린아이를 보듬어주셨던 분들이 많다. 실수해도 가르쳐주시며 성장할 수 있게 옆에서 지켜봐 주셨다. 늘 온기를 느꼈다”라고 돌아봤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는 2018년 이후 꾸준히 캐스터로 활약하며 새 길을 개척했다. 흔치 않은 ‘여성 캐스터’ 타이틀을 달고 현장에 설 땐 어색함도, 불편함도 컸다.
오 아나운서는 “회사에서 제안했고 나도 하고 싶었다. 신승준 선배의 도움으로 시작했는데 욕심이 있어 잘하고 싶었다”라면서 “처음에는 나도 나를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극적인 상황을 표현할 때 한계를 느꼈다. 기술적으로도 부족했다. 따라가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래도 오 아나운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선수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선수, 가족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일부 팬은 계속 중계하면 좋겠다고 응원도 보내주셨다. 그런 메시지는 다 캡처를 해놨다. 유리천장을 깨는 느낌으로 받아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라고 말했다.

오 아나운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로 2018~2019시즌 흥국생명에서 통합 우승을 달성한 박미희 해설위원과 지난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김연경을 꼽았다.
오 아나운서는 “박미희 감독님께는 늘 묻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여성 지도자로서 진입 장벽을 깨나가던 분이었다. 그 한 걸음을 넘어 본인의 인생에서 어디로 가는 과정이었나 궁금했다. 상징적으로 누군가가 해주면 좋겠다는 일을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힘이 빠지던 시기라 지혜를 구하고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운명적으로 김연경 선수의 마지막 인터뷰를 하게 됐다. 아마 정관장 우승 인터뷰라도 특별했을 텐데 공교롭게도 김연경 선수를 마주하게 됐다”라면서 “최대한 담백하게 하고 싶었다. 온전히 본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편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챔프전 인터뷰를 많이 해봤지만 모든 카메라가 나를 잡고 있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 중요한 순간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행복한 인터뷰였다”라고 회상했다.

긴 여정을 뒤로 하고 오 아나운서는 새로운 길로 향한다. 오 아나운서는 특히 고향인 KBSN스포츠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강덕 사장님께서 사표 수리를 도저히 못 하겠다며 붙잡으셨다. 아버지 같은 분께서 젊은 사원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셨다. 회사 분들도 나처럼 나가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라면서 “회사에서 함께한 모든 분께도 감사하다. 사소해 보이는 일상을 그분들과 함께한 것은 축복이었다”라는 말을 남겼다.
스포츠판을 아예 떠나는 것은 아니다. 더 다양한 영역에서 자유로운 형태로 대중을 만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스포츠와 방송,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영역에 있었기 때문에 덜 지칠 수 있었다”라며 “스포츠와는 계속 함께할 것이다.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다. 돈보다는 중요한 가치를 따라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 자신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아나운서는 “책도 더 쓰고 싶고 스포츠 아나운서 교육 유튜브 운영도 생각하고 있다. 더 다채로운 모습으로 찾아가겠다. 제 이름을 잊지 않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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